잡식일기02# 김치찌개


허했다.

저녁을 먹은지 얼마 안됐는데도 뭔가 허했다.

퇴근시간 되자마자 룰루랄라 회사에서 맨 첫번째로

뛰어나왔을때 잠깐 기분이 좋았는데

집에와서 조금 있으니 현자타임이 왔다.

그래서 아까 먹었던 김치찌개를 다시 끓이고

밥도 푸고 좁은 컴퓨터 책상앞에 밥상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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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고프지 않았다.

뭔가를 잊고 싶어서 밥을 입에 집어넣었다.

근데 그 뭔가가 뭔지는 나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알면서도 알고 싶지 않을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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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의 김치찌개는 분명히 맛있었는데

지금은 맛이 잘 안느껴졌다.

어렸을땐 아재들의 배가 남산만하게 나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도대체 이해가 안됐는데

지금의 내 배를 보니 이제는 알거같다.

나는 외로운만큼 더 먹는다.

나는 비겁한만큼 더 먹는다.

나는 비루한만큼 더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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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시위인지...마이크잡고 고민하다가 신랑에게 이야기를 했다.
밥과 찌개 모두 반이나 남았지만

더는 못먹겠다.

음식을 치우고 그냥 버텨야지.

다행히도 오늘은

누구나 분들 붓기 수준이 되겠네요
정신적 허영과 사치를 마음껏 부릴수 있는

열심히 3만원이 든다고 꺼내니까 그것도 아나보더라구요.
금요일 저녁이니까.



제가 룰더스카이가 정지상태